
편집장 에슈부의 특별 기고
올 여름, 패션계는 또 한 번의 시대적 회귀를 경험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브리저튼’의 전 세계적 흥행과 함께 떠오른 리젠시코어(Regencycore)가 2025년 여름 시즌에도 여전히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19세기 초 영국 리젠시 시대의 우아함과 로맨틱함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 스타일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궁정에서 거리로: 리젠시코어의 현대적 해석
리젠시코어의 핵심은 절제된 우아함과 로맨틱한 디테일의 조화에 있다. 절제된 컬러와 텍스처의 조화, 화려함 대신 깔끔한 디자인과 독특한 디테일로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올 여름 컬렉션에서는 베이비 핑크, 베이비 블루, 워터 그린, 페일 옐로 등 달콤한 여름 색조가 리젠시코어의 파스텔 팔레트와 완벽하게 어우러지며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샤넬(Chanel)의 여름 컬렉션에서는 클래식한 트위드 재킷에 엠파이어 웨이스트 라인을 접목시켜 리젠시 시대의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디올(Dior) 역시 코르셋 디테일과 볼륨감 있는 스커트로 궁정 문화의 정수를 담아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리젠시코어 해석
구찌(Gucci)는 이번 시즌 플로럴 프린트와 레이스 트리밍을 활용해 로맨틱한 무드를 극대화했다. 특히 오프숄더 블라우스와 미디 스커트의 조합은 현대 여성들이 일상에서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리젠시코어 룩을 제시한다.
발렌티노(Valentino)는 플리츠 디테일과 시폰 소재로 꿈결 같은 드레스를 선보였고, 에르메스(Hermès)는 미니멀한 접근으로 리젠시 시대의 우아함을 재해석했다.
지속가능성과 만나는 리젠시코어
지속 가능한 소재와 리사이클 원단을 활용하고, 빈티지한 감성도 놓치지 않은 브랜드들의 노력이 눈에 띈다.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는 오가닉 코튼으로 제작한 엠파이어 드레스로 환경 친화적인 리젠시코어를 제안했고, 가브리엘라 허스트(Gabriela Hearst)는 업사이클링 기법으로 빈티지 레이스를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스트리트 패션으로의 확산
리젠시코어는 이제 럭셔리 브랜드의 전유물이 아니다. 자라(Zara)와 에이치앤엠(H&M)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도 퍼프 슬리브 블라우스와 미디 드레스로 이 트렌드에 동참했다. 유니클로(Uniqlo)는 리넨 소재의 엠파이어 원피스로 여름철 리젠시코어를 제안한다.
국내 브랜드 중에서는 앤드지(ANDZ)가 한복의 저고리 라인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독특한 K-리젠시코어를 선보였고, 로우클래식(LOW CLASSIC)은 미니멀한 코르셋 톱으로 세련된 해석을 제시했다.
액세서리로 완성하는 리젠시 룩
진주 목걸이와 벨벳 리본, 빈티지 브로치는 리젠시코어 룩을 완성하는 필수 아이템이다. 티파니(Tiffany & Co.)의 진주 컬렉션과 불가리(Bulgari)의 클래식 브로치가 올 여름 리젠시코어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신발은 메리제인 스타일이나 리본 디테일의 플랫 슈즈가 제격이다. 로저 비비에(Roger Vivier)의 시그니처 버클 플랫과 레페토(Repetto)의 발레리나 슈즈가 대표적이다.
결론: 시대를 초월한 우아함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패션계에도 이런 사회적 기조를 반영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리젠시코어는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과거의 우아함과 안정감을 현재로 불러오는 역할을 하고 있다.
2025년 여름, 리젠시코어는 단순한 코스튬이 아닌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궁정의 우아함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이 트렌드는 패션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타임캡슐 역할을 하며, 우리에게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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