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아워레가시
20년이라는 시간은 묵직하다.
하지만 그 무게를 자랑하지 않는 브랜드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아워레가시(OUR LEGACY)일 것이다.
2026년 봄/여름, 브랜드 설립 20주년을 기념하는 컬렉션의 제목은 놀랍도록 조용하다.
“B-SIDES” — 늘 앞면보다 뒷면을 더 사랑했던 그들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조각의 기억을 다시 꿰매는 방식
이번 컬렉션은 아워레가시가 지난 시즌 남긴 천 조각들, 실루엣의 흔적들, 미완성의 감각들을 다시 모아 지금의 옷으로 재구성한 결과물이다.
의도적으로 탈색된 듯한 보라빛 재킷, 주머니와 라펠이 어긋난 테일러드 수트, 겹겹이 겹쳐진 치마의 레이어 — 이들은 그 자체로 과거와 현재, 미완과 완결, 감성과 구조 사이의 대화를 품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덧댄 것이 아니라,
과거의 감각을 ‘다시 꿰맨’ 것이다.
LOOK에 담긴 조용한 충돌
- 보랏빛 오버핏 재킷과 울 팬츠: 마치 오래된 유니폼을 뒤집어 입은 듯한 의상은, 무심한 듯한 표정과 함께 완성된다.
- 스트라이프 셔츠와 롱벨트: 전통적인 워크웨어에 비틀어진 실루엣을 덧씌워 새로운 균형을 제안한다.
- 절개 니트와 아카이브 스커트: 곡선형 절개 라인이 긴장감을 만들어내며, 여성성과 구조적 실루엣 사이를 유영한다.
- 데님 드레스와 러프한 백: 리와인드된 2000년대의 향기를 품은 디테일. 재구성된 요즘의 유스 감각.
- 그래픽 티셔츠와 워커 부츠: 갑자기 삽입된 듯한 강렬한 붉은 프린트는 이 모든 ‘잔상적 미학’ 안에서 하나의 반항처럼 선명하다.
색은 흐리고, 실루엣은 비워진다
이번 시즌의 팔레트는 회색-베이지-카키-데님 블루로 이어지는 무채색의 스펙트럼 위에서 흔들린다.
하지만 그 흔들림은 불안정하지 않다. 오히려 완숙하다.
컬러보다 중요한 건, 시간의 냄새와 실루엣의 호흡이다.
셔츠는 흐트러져 있고, 니트는 비대칭이며, 바지는 어딘가 길고 모호하다.
그러나 모든 룩은 완결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아워레가시가 20년 동안 보여준, 조용한 완고함이다.
우리는 왜 B-SIDES를 사랑하는가
A면보다 덜 알려지고, 라디오에서 틀어주지 않으며, 대중적이지 않은 트랙들.
그러나 그런 B-SIDES 속에 오히려 진짜 감정이, 진짜 의도가 숨어 있다.
아워레가시가 이 타이틀을 고른 이유도 명확하다.
그들은 지금도 메인스트림의 언어가 아닌, 사이드에서 속삭이는 방식을 택한다.
소리 없이, 그러나 단단하게.
20년의 끝, 그리고 다음을 향해
이번 컬렉션은 아워레가시의 과거에 대한 복기이자, 미래에 대한 암시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보다, 이미 지나온 것들 속에서 재구성할 가치를 다시 묻는다.
“무언가 새로울 필요는 없다.
우리는 이미 충분히 오래 걸어왔고,
지금은 그것을 다시 바라보는 시간이다.”
OUR LEGACY 2026 SS “B-SIDES”는
20년을 돌아보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는 옷의 편지이며,
앞으로의 20년을 비워두기 위한 조용한 쉼표다.
그리고 그 뒷면에서야말로, 진심은 가장 오래 남는다.




